입건에서 송치까지 성폭행 혐의로 수사가 시작되면 사건은 경찰 단계와 검찰 단계, 그리고 법원 단계라는 세 층위를 차례로 지나갑니다. 층위마다 판단하는 주체가 바뀌고, 앞 단계에서 만들어진 기록은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뒤 단계로 넘어갑니다. 절차의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각 칸에서 무엇이 확정되고 무엇이 아직 열려 있는지는 단계마다 다릅니다. 송치를 앞둔 시점에서 전체 지도를 한 번 그려 … 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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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의 성립 요건을 둘러싸고는 짧은 문장으로 정리된 설명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저항하지 않았으면 성립하지 않는다거나, 연인 사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거나, 진단서가 없으면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문장들은 어느 정도 사실의 조각을 담고 있지만, 실제 판단이 이루어지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법원과 수사기관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나누는지를 따라가 보면 조각이 놓인 자리가 달라집니다. 저항이 … 더 읽기
거부 의사가 없었다는 사정은 어디까지 의미를 갖는가 강간죄의 성립을 두고 가장 흔하게 어긋나는 이해는 상대가 분명히 거부하지 않았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조문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를 규율하고 있어, 판단의 축은 거부의 표현 자체가 아니라 의사에 반하는 상태를 만든 수단에 놓입니다.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밀어내는 행동이 없었다는 사정은 여러 정황 가운데 하나로 읽힐 … 더 읽기
출석 일정을 바로 확정하지 않는 이유 경찰에서 전화가 오면 날짜를 빨리 잡아야 불리해지지 않는다는 말이 흔히 돌아다닙니다. 출석 요구에 응하는 것과 통화가 이루어진 그 자리에서 날짜를 확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통화 시점에는 어떤 죄명으로 어떤 내용의 고소가 접수되었는지조차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조사에서 무엇이 확인될지 모르는 상태로 날짜만 정해지면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 더 읽기
출석을 미루면 불리해진다는 설명의 실제 고소가 접수되었다는 말을 전해 들으면 대부분 일정부터 떠올립니다. 출석을 늦추면 그만큼 불리해진다는 설명이 흔하게 돌아다니지만, 절차상 근거는 생각보다 얇습니다. 수사기관이 보는 것은 출석이 며칠 늦었는지가 아니라 연락이 닿는지와 사유가 설명되는지입니다. 사유 없이 연락을 끊는 상황과 날짜를 조정하는 상황은 기록에 전혀 다르게 남습니다. 출석 요구는 통상 전화나 우편으로 오고, 첫 통보에서 … 더 읽기
고소 전 단계에서의 합의 성추행 사건에서 합의가 언제 이루어졌는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정보가 됩니다. 같은 금액과 같은 문구의 서면이라도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에 작성된 것과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뒤에 작성된 것은 기록에 남는 방식이 다르고, 그 서면을 읽는 주체도 달라집니다. 수사기관이 아직 사건을 인지하지 않은 단계에서는 당사자 사이의 정리가 절차를 열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여지가 있는 … 더 읽기
조사가 끝나고 송치를 기다리는 동안 남는 일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에는 할 일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구간이 생깁니다.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넘기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사건마다 다르고, 그 사이에 별다른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이 구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쪽에 있습니다. 절차는 수사, 검찰 송치, 기소 여부 결정, … 더 읽기
두 비용의 성격이 나뉘는 이유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경찰 연락을 받으면 주변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비용입니다. 어디에 얼마가 드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금액만 비교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성격이 다른 항목을 같은 줄에 놓고 견주게 됩니다. 상담료와 착수금은 지급의 근거와 시점이 각각 다른 항목이며, 계약 구조에서 차지하는 자리도 같지 않습니다. 상담료는 면담 자체에 … 더 읽기
돌아다니는 금액 기준이 만들어진 배경 합의금 얼마가 적정하다는 식의 숫자는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어떤 사건을 놓고 나온 것인지, 어느 단계에서 오간 금액인지는 대개 빠져 있습니다. 배경이 지워진 숫자는 기준처럼 보이지만 실제 판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숫자가 나온 사건의 죄명, 행위의 내용, 피해자와의 관계, 협의가 이루어진 단계가 모두 빠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배경을 … 더 읽기
공소장을 받은 뒤 확인하는 것 공소가 제기되면 사건은 검찰청에서 법원으로 넘어갑니다. 공소장 부본이 송달되고, 의견서 제출 기한과 첫 공판기일이 함께 통지됩니다. 재판 단계에서 정해야 하는 것은 무엇을 다툴지, 다투지 않을 부분은 어디까지인지에 관한 선입니다. 그 선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기일의 수와 모습이 달라집니다. 인정 여부를 정하지 않은 상태로 첫 기일에 들어가면 절차가 한 번 더 … 더 읽기